1970년대,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식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그 식탁 위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쓴맛'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거대한 산업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 천연 면역 용병의 제거

식물의 쓴맛 성분 — 알칼로이드,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는 우리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싸우고 염증을 억제하는 천연 용병입니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품종개량으로 쓴맛을 제거한 단맛 나는 채소를 먹는다는 것은, 이 정예 용병들을 제거하고 수분과 당분만 가득한 찌꺼기를 먹는 것과 같습니다.

미네랄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질소 비료로 덩치만 키운 채소는 토양의 아연과 셀레늄을 흡수할 시간이 없습니다. 체내 효소 작용이 멈추고 면역 시스템이 오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2. 그 빈자리를 채운 산업들

이들 면역 용병이 제거된 자리에, 정확히 들어온 것들이 있습니다. 종자 회사들은 쓴맛 유전자를 억제한 품종을 특허로 독점했습니다. 농부들은 매년 종자를 사야 하는 구조가 됐습니다.

더구나 1998년 IMF 때 청양고추를 포함한 국내 종자 74%를 해외 종자 회사에 매각한 우리나라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쓴맛은 사라지고 단맛 나는 채소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만성 염증이 증가하자 제약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1970년대 수십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제약 시장은 2024년 1조 6,000억 달러가 됐습니다. 50년 만에 수백 배가 된 것입니다.

그 중 암 치료제가 전체 매출의 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동네에서 한 명 있을까 말까 했던 암환자가 이제 가족 중 누군가 한 명은 암환자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2022년 전 세계 신규 암 환자는 2,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2050년에는 3,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이 아프고, 아플수록 더 많이 팔립니다.

3. 풍요 속의 영양실조

배는 부르지만 세포는 영양실조 상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의학자들은 이것을 '세포적 기아(Cellular Starvation)'라 부릅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달콤한 채소가, 역설적으로 인류의 생존력을 약화시킨 셈입니다.

당신의 몸이 병드는 것이, 누군가의 수익 모델이었던 겁니다.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 쓴맛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말합니다.

"이것 보세요, 누가 쓴맛 나는 채소를 돈 주고 사먹어요?"

바로 그 한마디가, 거대한 산업이 원하던 대답이었습니다.